정신대 연설 원고 2016.6.15.
한국작가회의 소속 소설가 안이희옥입니다.
여러분 여기 왜 모이셨습니까?
양심 때문 아닙니까?
사람들 마음에는 예민한 양심, 둔한 양심, 보통 양심이 있습니다.
양심이 둔하고 무디면 남의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못 느낍니다.
양심이 예민하면 남의 고통을 자신의 것보다 더 심하게 느껴 아주 괴로워 합니다.
그러나 상식적인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여기 이 자리에 한번쯤은 나와보셨을 겁니다.
인간이라면 당해서는 안되는 고통, 상식 이하로 인권을 유린당한 고통에 우리 모두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열두살, 열여섯살 미성년 소녀들을 속여서 억지로 끌고가 일본제국 군인들에 의해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게 하고, 식민지의 소녀들을 짐승 이하로 취급하고 죽인 끔찍한 전쟁범죄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런 일 없었던 거로 하자, 소녀상 철거하자, 합니다. 될 법이나 한 이야기입니까? 소녀상 철거하려면 일본 대사관을 철거하십시오!!
소녀들이 살던 시절은 지금과 많이 다릅니다.
지금의 개방된 윤리적 잣대로 일제시대 조선 소녀들의 윤리 의식을 멋대로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그때는 여전히 정결, 순결, 순종을 큰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소녀들이 무서운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겁니다. 식민지조선 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나라, 심지어 일본 본토나 백인 여성들까지 끌려가 그 끔직한 수난을 겪었습니다. 돈 때문이었다구요? 억지 부리지 마십시오. 이십만이 넘는 소녀가 휴지조각에 불과한 일본 군표 때문에 그 짓을 당했겠습니까? 이 전쟁 범죄는 성차별, 인종 차별, 계급 차별 등 제국주의 모순이 몽땅 합해진 비극입니다. 많은 소녀가 죽었고 귀향하지 못했습니다. 살아돌아온 소수도 평생을 무서운 고통과 후유증이 시달려야 했습니다.
저는 1990년대 초반 이 수요 집회가 처음 시작될 즈음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과 풍선을 들고 종로를 행진하면서 소리 지르고 항의하면서도 이 수요 집회가 이십년 이상 계속될 거라는 예상은 못했습니다. 할머니들의 한이. 식민지 조선의 원한이 얼마나 크고 깊었으면 이십년 동안이나 일본제국의 전쟁 성범죄에 대해 이토록 강렬하게 항의해 왔겠습니까? 할머님들의 증언이 역사적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리 오래오래 계속 싸워온 것입니다. 그런데 푼돈으로, 거짓증언으로, 거짓 해석으로 역사적 진실을 물타기 하려 합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거기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어르신들이 적당히 일본과 야합하고 있습니다. 분노스러운 일이지요. 너무나 분개한 국민들이 소녀상을 지키려고 무서운 추위에도 더위에도 밤낮으로 소녀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 국가 평화, 통일 대박, 말로만 이루어집니까?
양성평등, 평화통일공동체, 말로만 이루어집니까?
잔혹한 전시 성폭력을 똑똑히 기억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벌이지지 못하게 ·행동하는 양심· 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것 아닙니까?
여기 모이신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모두 억눌린 것 펴기에, 부당한 것 바로잡기에 온힘을 다합시다.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 아껴주시고 지치지 않게 힘차게 싸우고 일합시다. 투쟁!!
*초등학생들이 많이 왔더군요. 좀더 쉽게 쓸 걸... 후회하며 귀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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