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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 신경숙을 위한 변론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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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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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최종변론
지금까지 나는 신경숙을 상습적 표절작가로 단정지은 여론재판의 결과가 부당하다는 소신에 따라 몇가지 쟁점에 대해 변론 해왔다. 압도적인 반대여론도 여론이고 갓 개업을 알린 초짜 변호사인지라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이 여론재판장이 아닌 문학의 법정이라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문학 당사자들 사이의 대화와 소통을 통한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하리라는 믿음으로, 지금까지의 변론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말하는 문학의 법정은 비단 문인들만이 아니라 독자들까지 참여하는 토의의 공간을 뜻한다. 문학의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관계에서도 그렇고, 결국 작품은 독서를 통해서 구현되고 재탄생한다는 점에서도 독자는 이 법정의 중요한 배심원이라고 할 것이다. 아울러 여론재판에는 반대하지만 이번 변론을 계기로 ‘표절이냐 창조냐’의 물음에 독자들 또한 국외자가 될 수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따라서 이 변론은 여론에 휘둘리는 ‘대중’이 아닌 진정한 ‘독자’와의 대화의 시도이기도 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나는 신경숙에게 상습적 표절의 혐의를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에서, 신경숙이 표절작가도 아니거니와 상습표절 혐의에서도 완전한 무죄임을 주장코자 한다.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이응준의 고발장에 적시된 [전설]의 경우, 문학론에서 정당한 차용이라고 보는 기준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미시마의 [우국]의 문장 일부를 차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독자적인 문학세계의 형성에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자신의 작품의 맥락 속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일찍이 표절혐의를 받았지만 이를 이겨내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많은 선배작가들이 밟아온 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속차원이 아닌 문학의 차원에서 신경숙의 표절혐의는 기각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2) [전설]의 경우 작가 자신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표절이란 문제제기가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기 때문에 작가 자신이 표절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혐의 제기’가 가능하다는 인정일 뿐이며, 표절을 가장 좁은 의미에서 이해할 경우에 한정된 발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억 안 난다’는 말이 책임회피라는 비난이 있으나 한편으로 기억의 속성상 작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여러 증언들 (이외수, 이문열, 유시민 등)도 참조하시면 한다. 따라서 가장 좁은 의미에서의 부분표절을 인정하더라도 그 책임추궁은 부주의에 대한 지적 정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3) 표절이 상습적이라는 혐의는 근거가 매우 미약한 것으로 신경숙은 이 혐의에서 완전한 무죄다. [전설] 이외에 표절 혐의가 제기된 다섯 작품은 그 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표절 혐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판단된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 논란거리가 되는 두 작품 [작별인사]와 [딸기밭]의 경우, 전자의 이미지나 구성 차용 혐의는 문학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에 있고, 차용된 글의 출처표시를 안 한 [딸기밭]도 고의성이 없는 작가적 판단의 결과임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더구나 후자는 작품집 수록 시 이미 출처를 밝혀놓았다.
이제 변론의 소회 두어 가지만 말씀드리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작가는 여론재판에 의해 상습적인 표절작가로 단죄되면서 혹독한 고통을 겪어왔음에도 일부에서는 작가의 절필까지 요구하고 있다. 나 자신은 이런 단죄 자체가 부당하다고 여길 뿐더러, 여기에 절필까지 요구하는 것은, 말하자면 경미한 교통질서 위반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워낙 문학권력론자들의 과격한 언사야 익숙하다 해도, 원로작가인 조정래씨까지 절필을 요구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후배작가의 부주의에 대해 따끔한 고언이야 할 수 있겠지만, 절필 요구는 가혹하고 부당한 일이 아닌가 한다. [태백산맥]의 작가를 존중해온 변호인으로서 공식철회를 정중하게 요청 드리는 바다.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문학의 위상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한국문학이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표절이 만연해서도 아니고 그것을 덮어두는 무슨 ‘침묵의 카르텔’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활달한 상상력과 사유가 위축되고 사심 없는 평가라는 비평의 본령이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표절의 기준마련이라거나 징벌위원회 같이 작가의 창작 영역을 축소시키는 어떤 주장도 배격하는 바다. 다만 문학이라는 장(場)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점검하고 그것을 개혁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문학권력론자들의 주장도 그 생산적인 부분을 살려나가는 집단적 지혜가 발휘되어야 할 국면이다. 한국문학에 큰 충격과 실망을 경험했을 독자들에게도 이번 사태가 문학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한국사회에서 문학이 자본과 권력의 포위 속에서 그것을 버텨내고 견제하는 튼튼한 성채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나가기를 기대하면서 변론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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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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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님 고맙습니다.
나는 문학교육의 중심역이랄까 대학 교수직에 있는 윤지관 씨의 글을 읽으며 답답하였습니다. 총체적이랄까 문제의 식을 찾아 해결의 답을 도출해야 할텐데라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관련하여 토론회도 있을테고 고뇌하고 있는 평론가도 있을 테지만, 우리에게 있는 오랜 착각을 환기해낼 수 있는 동기부여며 이해의 교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차제에 좋은 힌트를 주었습니다.
"왜?"
"작가가 호사가의 '변론'을 필요로 할까?" 세익스피어며 괴테며 브레히트는 대가일까, 우상일까. 함께 일하는 김씨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하늘을 보며 신입니까 묻습니다. 세익스피어며 괴테며 브레히트는 사람입니다. 알고 있는 바 인류에 회자되는 문학가입니다. 인류의 삶이란 양식에 맞게 그들은 숙고의 작품을 발표하였고 인류의 가치를 빛낼 업적으로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인류는 작품읽기를 권장하며 생애를 반추합니다. 인류의 삶이란 양식에 맞게 인간은 이성적 사회적 등속의 사변체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을 합니다. 인류의 가치에 빛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문학을 합니다. 문학은 인류의 양식입니다. 이해가치입니다.
나의 기억입니다. 세익스피어를 읽던 밤. 문제인식을 하며 이해를 구하던 밤. 무엇일까, 이해를 찾지 못한 채 열망하던 밤. 기억의 밤은 '습작기'의 새벽에 닿습니다. 내리는 눈을 풍경으로 창이 열리지 않습니다. 나는 성에를 긁어냅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s."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일 수 없는 아침. 닫힌 창에 햇살이 빛나도록 세익스피어의 얘기가 맞지가 않습니다. '타성에 찢긴 운명, 햄릿은 권력욕구란 작위적 사실에 절규해야 할까.' 미지의 물음이 밤을 새우게 하였습니다. 인류의 가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더하거나 빼거나 하며 새벽을 통과하였습니다. 나는 맞게 있는 사실과정을 찾아 문학을 희망하였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삶의 이해를 찾아 맞춰보며 재구성하였습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s. 존재에 삶이 있다." 따져 묻지 않고 이해하며 물었습니다. 문학은 이분법일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문제시하며 이해가치를 호도하는 내용일 수 없습니다. 왜곡의 운명, 강요의 주입일 수 없습니다. 삶이란 이해에 사느냐 죽느냐 가치결정의 변별이 있습니다.
한 평론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궤변.' 윤지관 씨의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신경숙을 위한 변론>은 '궤변'입니다. 문학교육의 현장직에 있는 사람의 변론입니다. 변론이란 맞게 있는 사실의 논리를 말하는데(맞게 있는 사실을 찾으면 될터인데/법정의 절차로서 '변론과정[=논리]'), 아니다란 탓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있을 법한 개연적 사실을 끌어다 창조적 차용이란 얼개를 짜며 '화자인 나란 자가 모르는 너'보다 많이 알고 있다란 허위의식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궤변입니다. 윤지관 씨가 변론이라며 주장하는 이해가 맞지가 않습니다. 문학이지 않습니다. 문학이 창조적 글쓰기일 수 있습니까? 빌어다 쓰는 차용을 요소로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문학 관련 수업시간에 이따위로 배우지 않습니다. 그랬으니까, 그래 왔으니까, 그러려니 하자라는 사실이 문학입니까? 교육자로서 양식의 가치가 없습니다. 몰지각한 사회태도입니다.
나는 최경주님의 숙련공은 근거를 남긴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숙련공의 기술적 가치를 생각합니다. 거푸집이란 구조물을 통해 그가 근거로 생산한 주물의 효용을 살펴봅니다. 주발입니다. 밥을 담는 그릇입니다. 삶의 가치란 밥이 사회양식이란 그릇에 담지해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양식은 민주주의입니다. 여성성을 종속화하는 등의 사회모랄일 수 없습니다.
역사의 숙련공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이해의 근거'물'을 읽어봅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역사는 문학을 이해로 사실가치를 남깁니다. 문학이 역사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가치인식력이 부족한 윤지관 씨. 시 한 편을 "차용"하며 설명을 이어가 봅니다. 문제만을 도발하며 악순환하고 있는 '한국문학판'이라는 현실에서, 낫게 읽은 시입니다. 결여가 있구나란 아쉬움을 곁들여 기억하고 있는 시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김행숙.
"물을 움켜쥐고싶었니? 물고기를 움켜쥐고 싶었니? 왼손도 오른손도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물이 뚝뚝 떨어져서 빈손임을 알릴 때.
손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목록을 손으로 쓰거나 손으로 꼽는다. 열 손가락으로 모자랄 때 그 중에서 몇 개는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너의 손가락과 나의 손가락을 더하면 스무 개. 그러면 몇 개를 더 잊어버리겠지. 이런, 이러다간 다 까먹고 멍청이가 되고 말겠다.
우리는 강물에 손을 담그고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한다. 강물은 흐르고 손은 흐르지 않는다. 강물과 같은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나란히 나란히 물의 건반을 두드리는 우리의 손같이 희미한 것들은 무엇, 무엇일까."
시인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는 이해의 식에 강물 뿐이지 않다는 가치를 변주하고 있습니다. 인식의 변화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강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를 봅니다. 찾아진 유년이 겹칩니다. 1초 전 생각이며 1초 후 생각이 다릅니다. 하루가 다르게 이해를 키워온 시인이 강에 있습니다. 물의 은결을 돋우며 시인의 감수성이 반짝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 랑케처럼 맹목적인 집착에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다 잊어버리고 마는 멍청일 수 없습니다. 원하는 바, 강은 바라보는 사실에 건너는 사실을 더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놓자는 토인비의 말에 귀가 솔깃합니다. 열길 높이로 해마다 범람하는 강이란 사실에 '나란히 나란히' 동시성의 원리를 찾아봅니다. E.H. 카의 끊임없는 대화의 건반을 두두리며. 역사란 흐르기만 할까요. 헤아리는, 문화의 다양성을 인식한 시입니다만, 체득한 이해가치를 시란 양식을 통해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몰각하고 있습니다. 타성이 흐릅니다. 시의 그림을 학교의 수업시간으로 옮겨봅니다. 모르니까 알아야 하고, 네가 모르는 사실을 내가 아니까 일깨우자는 식입니다. 교탁 두둘기며 손가락셈하며 전근대적 속성을 표절하고 있습니다. 복사하고 있습니다. 시란 형태를 띤 사실에 그친, 양식의 가치가 빠져 있습니다. 형식적 태도에 지각력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있을 수 있는, 그럴 수도 있겠거니는 시를 이루는 내용이지 않습니다. "시는 불합리한 현실보다 은유이며 인간에 가까워야 한다"는 지문처럼 구체성을 띄고 있습니다.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사회양식은 민주주의입니다. 문학의 이해가 중요한 바, 민주주의는 시의 내용입니다."
윤지관 씨. 우리는 문학을 사랑합니다. 역사를 들먹이며 경제를 앞세우며 이해가치를 오도하며 왜곡하는 정치 무리가 있습니다. 노벨상입네, 글쓰기입네를 문학으로 치환한 채 이해의 문학양식인 시며 소설의 가치를 매도하는 '작가회의란 조직에 기생하고 있는 낯짝 두꺼운 문피아'도 있습니다. 교수직으로써 문학의 이해를 챙기시길 바랍니다. "표절입니다." ''말귀'를 알아들어야 교수직 자격이 있습니다. 전근대적 딜레마를 관성화하며 "대놓고 표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치가 없습니다. 문학이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므로 틀을 잡고 있는 글이다. 여유가 생기면 선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하고자 한다. 신경숙 소설가든 윤지관 평론가든 기타든 문학의 이해가 없다는 사실이 문제다. 문학가는 표절을 할 수가 없다. 표절과 차용이란 언어가 다르다. 이해가치가 다르다. 임의대로 쓰거나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은 문학일 수가 없다. 차용의 범위와 한계라니? 유신독재, 지배논리에 마취된 두뇌구조다. 표절이다. 일개 조직인 작가회의가 무엇이관대 문학에 군림을 하고자 하는가. 시인이며 소설가의 세계관을 강제하려고 하는가. 의도가 있는 자들이다. 개념이 없는 무식한 탓으로 돌린다면, 수준까지 얕잡아 보는 거다?
"동시에 표절 및 창조적 차용의 범위, 문학권력의 작동 방식, 작가 독과점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소위는 이와 같은 활동과 경과들을 보고서 형태로 담아내 작가회의 회원들은 물론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이따위 얘기가 무슨 말일까. 장대 가져와서 문제 많은 나무를 휘둘러쳐놓을테니까 떨어진 것들을 주워서 챙기라. 수직적 전근대적 지배논리를 비튼 군국적 군사주의에 가깝잖아. 시인이며 소설가들을 인정하지 않잖아. 속박하잖아. 낙과나 주워라. 해결사 노릇을 해줄테니까.... 불특정다수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신경숙이라는 '대표적' 사실의 들러리야. 따라서 웃고 울고 하는... 뭐야, 이거. 피상적인, 개뼈다귀 핥는 사회태도가 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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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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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신경숙에게 쏟아진 비난들은 과연 타당한가. 나는 평범한 한 사람의 독자로서, 서점에 가서 내키는 대로 책을 사는 건 좋아한다. 하지만 한번도 출판사 이름을 본다거나 하지는 않고 그냥 산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와 같을 것이다. 평생 단 한번도 책이 들어가지 않는 사이즈의 가방을 산 적이 없는 독서광 부모님을 둔 탓에 종종 아직도 몇몇 오래된 출판사들의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을유, 삼성당) 나는 출판사보다는 작가와 번역가를 따지는 편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몇몇 있고,그들의 전작을 쭉 따라가며 읽으려 노력한다. 몇몇 언어권에서 무조건 믿고 읽는 번역가들이 있는데 장르에 무관하게 그 번역가들을 읽으면 거의 실패한 적이 없다.
이 표절 시비가 엉뚱하게 거대 출판사와 문단 권력으로 번져 나갈때 어이가 없었다. 업계 1위 문학동네의 연매출이 400억이다. 누군가는 출판계의 삼성이라고도 한다. 삼성은 2015년 1분기 매출만 봐도 47조가 넘는다. 3개월치 매출을 1/4라고 잡으면, 넉넉잡아 4000배 넘는 차이가 난다. 출판계의 삼성이라는 건 정말 과장된 표현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출판업계가 겨우 이정도 밖에 안된다는게 안타까울 정도다. 업계1위가 그렇다면 나머지 출판사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유지되고 있는걸까. 겨우 이만한 규모의 파이를 갖고 있는 출판계에서 이토록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는게 슬프기까지 하다.
문학동네의 상업주의와 규모 운운하며 듣도 보도 못했으나 소위/자칭 작가 혹은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페북에 그들만의 리그, 폐쇄적인 구조, 주례사 비평을 들먹이면서 평론만으로 채운 책 한권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는걸 처음 알려준 평론가 신형철까지 온갖 커뮤니티 게시판에 소환되어 가루가 되도록 까인다. 죄목은 간단하다. 아름답다고 느낀것을 왜 아름답다고 느꼈는지 너무 자세하고 설득력 있게, 역시 아름다운 언어로 말해서다. 이런 광기어린 전체주의를 연상케 하는, 대상을 단죄하겠다고 나서는 태도에 섬뜩함마저 느낀다. 대체 왜 신형철까지 의견을 밝히라는 강요를 받아야 하는가 ? 의견을 밝히자 또 미온적인 태도라고 비난이 이어진다. 그간의 상찬을 거둘 마음이 없다는 평론가에게 마치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을 대하듯 취급하는 것, 그것이 정의로운 일인지는 정말 모르겠다.
이에 맞춰 댓글 달고 한 두마디씩 더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자칭 ‘작가’들이다. 어떤 부류냐면, 글도 많이 쓰고 석박사 정도의 학벌도 있고 정교수가 맞든 아니든 대학강의도 나가며, 저서도 이미 있다. 즉, 작든 크든 출판사를 통해 이미 책을 내본 사람들이며 인세 수입을 받아본 사람들이 이 사태에 가장 광분하며 날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들은 과연 ‘작가’일까 ?
한국에는 엄연히 ‘등단’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한 사람의 뛰어난 재능을 심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고, 특히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와 문학상등은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한다.이 관문을 통과하기는 거의 바늘구멍으로 낙타 지나가기 느낌이다. 그 이후에도 작가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당장 글만 써서 먹고 사는 전업작가의 수를 헤아려 보아도 분명할 것이다. 한국에 전업작가가 두 손으로 꼽아질테니까.
이응준이라는 이름은 처음들어 보았다. 등단한 작가라는데, 소설집도 있다는데 문장이 거칠고 정말 안 읽힌다. 누가 정서 좀 해주면 나았으련만. 이 작가라는 사람의 면면을 살펴보니,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무려 영화도 연출하는 사람이다. 시도 소설도 영화도 다 정말 좋아하는데 이 사람이 그런걸 했다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으니 그 어떤 분야에서도 딱히 대단한 성취를 거둔것 같지는 않다. 이어서 정문순이라는 평론가가 등장한다. 신경숙의 표절시비를 들고 나오며 작가의 능력을 폄훼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는데 주저함이 없다. 일간지에는 그녀의 이름이 실린다. 뭐 하는 사람인지 검색해보았더니 평론가라는데 학력, 경력이 모두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15년 전의 등단 역시 신경숙 표절시비를 들고 나오며 한 사람이다. 검색해보니 권정생과 피천득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며 피천득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여유있게 자라나 누린 것이 많았던 삶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일관한다. 문학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시선이다. 장난하나 ? 서구에서 소설을 처음 쓴 계층은 모두 귀족들이었다. 국문학사만 돌아봐도 뻔한 이야기 아닌가. 시는 물론이거니와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이 가난하고 핍박받고 누리지 못한 계층이었나?
실력없는 작가 운운하는 평론가의 논조를 보면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80년대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고 착각마저 든다. 빈곤문학에 가벼운 문학을 끝내야 한다는 말에는 가슴이 답답해 진다. 어떤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악플이 이어지자 그러면 니들이 뛰던가, 라고 했다던가. 예술을 그저 예술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문학이 마치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니.
그리고 문단의 엄마, 소녀취향 등등의 표현이 과연 정당한가? 여성주의자로서 페미니즘을 들고 나오는데 68년 성해방 운동이후의 전투적 페미니즘이 2015년의 한국에서 여전히 유효한지 단 한번의 자성도 없이 한물간 서구의 사상이라면 무조건 받아들이고 써먹고 보자,는 안일한 자세인것 같아서 정말 슬프다. 여성주의자라는 사람의 입에서 여성혐오에 가까운 politicalliy correct하지 못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고 언론은 그걸 또 받아쓰고 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만 뽑아내면 그만이라는 대한민국의 언론의 현주소와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낯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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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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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관 평론가의 글이 무척이나 반갑고, 그나마 이런 글을 용기있게 발표하는 평론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인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일어난 상황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에는 표절에 대해 어떤 합의도 기준도 없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작품으로 30년 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쌓아온 작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그가 단지 수백만 부의 판매량을 올렸다는 이유만으로 상업적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상습적 표절을 자행했다고 비난을 퍼붓는 자칭 문학평론가들의 목소리에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문장의 유사성이 표절이란 말인가? 이런 인신 공격성 비난이 과연 생산적인 담론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고, 이 모든 것이 거대 문학 출판사를 위시로 한 문단 권력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이르러서는 더욱 그러하다.
신경숙은 과연권력을 지닌 작가인가? 그렇다면, 그 권력은 출판사가 아니라 독자들이 부여한 것이다. 문학동네가 창립되기도 전부터 신경숙은 이미 90년대문학의 새로운 경향의 중심에 있었다. 93년도 풍금이 있던 자리의 놀라운 판매량과 대중들의 반응으로 인해, 9시 뉴스에만 3번이나 보도가 되었다. 그것이 출판사가 인위적으로 만든 결과였나? 출판사도 이해하지 못할 어떤 현상이었다. 오히려 문학평론가라면, 어째서 독자들이 이토록 새로운 작가의 소설집에 열광했는지 그걸 이해해 보거나 담론을 펼쳐야 했다. '현상'에 가까운 열광에 대해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철학, 미학적 지식을 동원해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선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에 그랬던 평론가가 과연 있었나. 슬프게도 지금까지도 없다.
개인의 감정적 세계를 깊게 파고드는 서정적인 깊이감을 단순한 소녀 취향의 퇴행적 정서라며 무조건 '까고보는'식의 평론은 평론이 아니라 배설에 가깝다. 그런글은 평론가라는 타이틀 달고 쓰지 말고 혼자 일기장에 쓰면 된다. SNS의 발달로 아무데다 쉽게 글을 휘갈기게 되고 사람들이 글의 경중과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멋대로 쓰면서 이런 광풍이 일어나는데 한 몫을 했다고 본다. 평론가라는 명목으로 한국 문학계에 대체 얼마나 대단하게 뭔가를 기여해왔는지 도저히 그 기여도와 성취를 알 수 없는, 듣도보도 못한 사람들이 평론가랍시고 등장해 한국 문단에 대단히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는 꼴이라니. 희극이다. 한국 문학을 어떤 작가도 해내지 못한 지점으로 가져가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성취를 인정받은 작가에 대해, 이런 작가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고 가치있다 여기기 보다는, 매도하고 보는데 앞장서는게 평론가들의 의무인가? 신경숙이 많이 팔려서 문학동네가 자리를 잡았고, 그 덕에 젊고 재기 넘치는 다른 작가들의 책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오히려 이만한 대형작가가 있어서 출판사들이 수익을 냈고, 그 수익으로 초판도 다 나가지 못할 신인들의 책을 낼 수 있었다는 걸 모두 간과하고 있다. 출판사는 흙파먹고 수익없이도 운영되는 사업체인가? 그렇다면 공기업의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데 이게 과연 가능한 지점인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마치 신경숙이 제로섬 게임에서 다른 작가들과 신인들이 누렸어야 할 몫의 성공과 성취와 세상의 인정을 부당하게 가로챈 것처럼 분노에 찬 사람들은 이 표절 논란에 한 두마디씩 코멘트를 더했다.
몇몇 문장이 비슷하다고 표절이라면, 당신들의 그토록 열광하는 서구 문학 작가들은 살아남을 방도가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명시와 명구절을 낭송하고 그걸 체화시켜 응용해 그대로 문장을 쓰고 실생활에서 활용하도록 한다. 라퐁텐의 우화들은 가장 시적인 정제된 프랑스어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의 우화는 이솝우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다른 결론으로 끝을 맺기도 하고, 좀더 깊은 교훈을 남기는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그 이솝우화를 다시 라블레가 한꺼번에 뭉뚱그려서 새로운 방식으로 써내려 간 것이 근대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팡타그뤼엘이다. 라블레는 그렇다면 이솝우화를 표절한것이고 프랑스 문학의 걸작이라 칭송받는 이 작품에 전 인류가 속아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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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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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가의 글에 다른 이의 변론이 필요한가?
한국 최고의 작가가?
왜?
한 10년쯤 전에 영등포 옛 명화극장 근처에 있던 한 출판사에 갔다가 늦게까지 술을 마시게 되었다. 같이 술을 마시던 한 시인이 출간될 자기 시집 제목을 가지고 편집부와 논의를 하였다. 편집부에서 권하는 시집 제목을 시인은 못마땅한 눈치였다. 제목이 옛날 흑백영화 때 쓰던 스릴러 제목이기도 했고, 다른 작가의 책 제목과 비슷하기도 했다. 내가 보기에 나쁘진 않았지만 계속 별 말없이 거부하는 작가를 보고 편집부가 딴 데 신경 쓸 때 살짝 떠봤다. “작가로서 남의 제목을 쓴다는 게 쪽팔려서 그렇죠?” 그는 초면인 내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보일 듯 말 듯 끄떡이더니 술을 한잔 서서히 들었다. ‘이 자식 아주 삼류고만. 명색이 작가가 ‘쪽팔려서 라니! 이런 불학무식한 놈과 술을 마시다니.’ 그럼에도 ‘역시 작가는 작가의 마음을 안다니까. 쓰레기 일지라도.’ 하는 눈치였다.
큭, 작가의 자존심! 개도 안 물어갈. 허긴 뭐 잡글로 시간 보내는 나도 선생님 소리를 들으니, 이 선생님 값이 어느 정도이지는 삼류가 알 길이 없으나 옛 중국에 수가 틀리면 황제 면전에 붓을 던지는 기개가 있었다고 하니 아무리 먹고살기 위해 쓴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시절일망정 함부로 부를 수 있는 헐거운 이름이 아니다.
이 작가의 자존심이 때로는 발목을 잡기도 하고 잘 지키면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하기도 한다.
솔직히 표절이 아니라 베끼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고흐도 베끼는 것은 업으로 삼았고, 늘 존경해 마지않는 주성치도 이것저것 무척이나 빌려 쓰고, 애니 공각기동대는 하나의 기조를 만들고, 많은 한국 드라마 작가들도 불멸의 고전 제목을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다 쓴다. 고전 제목을 마구 따다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 화가 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오직 창작을 교리로 삼고 사는 작가들이 들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마는, 자기가 하늘 아래 둘이 아닌 하나만을 창작한다고 남도 그러라고 보면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쓰고 글만 잘되고 역량이 나아진다면 뭐를 못하겠는가!
거인의 어깨에 서지 않고 어떻게 멀리 보겠는가! 물론 어깨에 서서 거인만큼만 보거나 그보다 낮게 보면 안 서니만 못하겠지만 말이다.
원래 대가들은 자기 어깨가 아니라 머리도 쉽게 내 준다. “자, 밟고 올라서 언능!” 또 하나 대가는 비판에도 자기 목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공격해봐! 흠을 찾아보란 말이야. 입 다물지 말고, 침묵은 학문에 대한 모독이야. 나를 멈추게 하지 마. 나를 만신창이를 만들어 봐! 지금 당장. 그게 나를 키우는 거고 학문에 대한 예의야!” 결코 “네가 감히 내 치부를 건들어. 모가지를 물어뜯을! 너는 지옥의 문을 연 거야!”
10년도 더 된 표절이 지독한 악몽처럼 끈질기게 따라다니다, 거대한 폭풍우로 변해 한 작가를 덮치는 것을, 과연 비평가의 책임인가? 새삼 업보의 그 질긴 생명력을 보고 다시 한번 내 흠은 뭔가 되돌아보게 할 만큼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악업이 당사자의 몫이 아니던가?
”글은 작가가 쓰지만, 작가의 손은 떠난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고 독자의 것이다.”라는 말을 새겨들은 적이 있다. 독자는 한없이 부드러운 봄바람 같다가도 한순간에 세상의 모든 낙엽과 초목을 꺾을 수 있는 추상으로 변할 때가 있다.
대가는 결코 독자를 탓하지 않는다. 그래서 변명할 게 없다.
내 노가다 판에서 사십 년 가까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하는 말이 있다.” 왜 이렇게 작업했나 이야기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가 없는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조공은 늘 근거 없는 일을 하고 숙련공은 늘 충분한 근거가 있다.
영화 주성치의 ‘서유쌍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 영화를 생각할 때마다, 여배우가 예쁜 것도 있지만, 작가적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가? 그 무한한 한계를 생각하곤 한다. 서유기의 모든 것을 합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것 같기도 하고, 서유기의 그 긴 이야기를 칼로 싹둑 잘라 정수를 빼 덧칠하고 뒤틀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서유기의 기본 틀은 흐트러뜨리지 않고 고대로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그럴 능력이 없는 나는 눈물이 난다. ‘서유쌍기’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누군지 모르지만, 한순간 1만 년 동안 축적된 능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서유쌍기’를 표절했다고 할 수 있나? 영화는 다르다고 말해야 하나?
대가가 표절하나? 대가가 표절해주면 그것만으로 영광스러워야 한다. 그 정도 느낌 못 줄 것 같으면 대가가 아니거나 대가인 척하는 거다.
경미한 표절은 표절이 아닌가?
”에이즈는 걸렸거나 안 걸렸거나 이지 얼마나 걸렸다는 없다.” 역시 에이즈에 관한 영화의 한 대사다.
신작가가 지금 이 순간 15년 전으로 그때로 가서 “표절을 하지 않았습니까?”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을 할까? 그때 작은 바람이 폭풍으로 변할 줄 안다면? 의미 없는 질문인가? 다시 한두 달 전으로 가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대응을 달리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서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진격의 거인은 인간을 한입에 넣고 우걱거리며 허리를 뜯지 않던가? 그 어깨는 참으로 변덕스럽고, 언제든 저 아래 진흙탕으로 처박을 준비가 되어 있다.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그럴 기회가 없기에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다르게 질문을 해본다면, 대가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당당했을 것 같다.
“글이 워낙 좋아서요. 죄가 있다면 너무나 좋은 글에 대한 열망이 과해서 그런 것이니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써먹는 이 대목은 ‘장미의 이름’에 막판에 나오는 글 중 하나다.
다시 말하지만, 표절을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표절을 한 것은 한 것이다. 누구나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대가들이 표절했다고 단정을 하는 것은 그렇다. 대가를 지렛대로 넘어가기 위해 대가를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 같아 조금 그렇다.
신작가의 문장은 좋아하고 훌륭하지만, 자신이 독자를 발판으로 서 있는 이상 판단은 불가피하고, 작가군에 속해 있는 이상, 동료나 전문가들에게 능력이 검증받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쓴다고 하지만 글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설사 그것이 본의 아니게 이루어진 일이라 할지라도. 대가고 나발이고 글을 팔아먹고 사는 게 전부인 업일지라 할 지라도.
한국 최고의 작가라는 칭호를 그냥 주는 것은 아닌 가보다.
거인이 자신의 어깨를 내줄 때, 결코 아무나 설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이 쓴 글을 모아놓고 검증을 받는 자리에, 단지 책만 파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표절 문제가 닥쳤을 때, 변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표절이 뭔가에 대한 문제라면 모를까? 지금의 문제는 한 개인이 검증을 받는 있는 모습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국 최고의 작가가 아니오! 그게 필요하지 않고,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소!” 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논란이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 같지는 않다. 좀 더 신작가가 당당했으면 좋겠다.
과연 소설가의 글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작가의 자존심, 대가의 자존심이 뭔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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